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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와 함께하는 우리강산 걷기ㅣ석룡산 조무락골]

이봉신 2012. 12. 7. 12:50

 

[컬럼비아와 함께하는 우리강산 걷기ㅣ석룡산 조무락골]

  계곡물 흐르는 소리에 산새들도 내려와 지저귀는 곳

 

↑ 참가자들이 바위를 디디며 조무락골 계곡물을 건너고 있다.


가평군 북면 적목리에 위치한 석룡산(石龍山)은 해발 1147m로 화악산자락 아래에 있다. 석룡산이라는 이름은 정상에 용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석룡산은 태백산맥에서 흘러나온 광주산맥에 딸린 산으로써 주변에 백운산(904m), 화악산(1468m), 국망봉(1168m) 등이 연이서 서있다. 조무락(鳥舞樂)골은 석룡산과 화악산 줄기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이름은 한자의 뜻에 따라 '산새들이 춤을 추며 즐긴다' 또는 조무락이라는 사투리를 근원으로 '산새들이 재잘(조무락)거린다'라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 이름만큼이나 물 좋고 풍경 좋은 계곡이겠구나'하는 기대를 해본다. 산행은 75번 국도 38교에서 시작되는 입구를 출발하여 조무락골의 상류지점까지만 오르고 다시 원점으로 왕복하기로 계획되었다. 왕복 6km에 예상시간은 3시간의 가벼운 계곡산행 코스다.

이번 산행에는 패션아일랜드 대전점에 입점해 있는 컬럼비아 매장의 매니저와 고객들, 패션아일랜드 직원들이 함께 했다. 대전에서 새벽부터 올라온 일행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산행을 시작한다.

청량한 계곡소리와 불타는 가을색에 취하여

구불구불한 75번 국도에서 시작되는 조무락골은 그 입구에 식당과 펜션들이 모여 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입구지점에서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포장된 도로를 따라 계곡을 오른다. 계곡가에 위치한 유원지를 지나니 포장된 도로가 흙길로 변한다. 한참을 올라 들어가니 조무락이라는 식당 앞 삼거리가 나온다. 왼편 길은 석룡산의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과 합류하는 등산로이고, 오른편 식당을 돌아가는 길이 조무락골로 가는 길이다. 오른편 길로 들어가 아랫 마당으로 내려선다. 마당 한가운데에 서서 주변을 살펴보니, 왼편으로는 잣나무가 우거진 석룡산 자락이 펼쳐지고, 오른편으로는 갈잎과 단풍이 든 가을의 화악산 줄기가 뻗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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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무락골에는 사시사철 언제나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내린다.


식당의 마당을 지나 좀 더 오르니 민가 하나를 지나가게 된다. 산골에 떨어져 있는 민가는 나무기둥에 황토벽으로 지어진 조그만 흙집이었다. 매서운 산골바람을 피하기 위해서 투명 플라스틱 판넬과 양철로 둘러싸져 있었다. 집 옆으로는 상추와 배추, 고추 등을 키우는 텃밭이 있었고, 안쪽 마당에서는 붉게 익은 고추와 깻단이 말려지고 있었다. 열린 문사이로 살며시 안을 바라보니 방문아래에는 검정 고무신과 안쪽으로 마른 장작이 쌓여 있다. 집주인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마실을 나가셨는지 빈 집에는 아무도 남아있질 않았다.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조무락골의 마지막 인가인 농장이 하나 나온다. 농장을 둘러서 지나가자 마당에 풀어놓은 닭들이 놀라서 도망가고, 줄에 매인 개는 큰소리로 짖어댄다. 조용했던 조무락골이 등산객들로 인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이럴 때는 얼른 지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농장을 벗어나 직진하여 조무락골로 더 깊숙이 들어간다.

길은 오르거니 내리거니 하면서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나이가 많으신 아주머니 두 분은 일찌감치 나지막한 계곡 바위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시겠다며 뒤로 남는다. 비록 조무락골이 완만한 등산코스로 이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에게는 벅찰 수밖엔 없다. 천천히 올라오시라는 말을 남겨두고서 나머지 일행들은 다시 길을 걷는다.

출발한지 1시간쯤 지나자 계곡주변에 늘어서 있던 잣나무들은 점차 사라진다. 점입가경이라고 했던가. 조무락골은 입구부근보다도 계곡이 깊어질수록 그 경관이 수려해진다. 입구에서는 좀처럼 보이질 않던 화려한 단풍잎과 가을빛이 묻어나오는 낙엽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난다. 굽이굽이 바위사이를 지나 흐르는 맑은 계곡물 위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과 붉은 단풍이 어울리는 모습은 일행의 감탄을 자아낸다. 등산 초반에는 동일한 계곡을 따라 걷다가 돌아오는 것이냐며 참가자들이 볼멘소리를 했지만, 점차 좋아지는 조무락골의 경관에 그 말은 쏙 들어갔다. 단풍에 취해 1시간가량 오르니, 복호동폭포 기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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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맞은 조무락계곡은 단풍터널을 이루며 사람들을 반긴다.


복호동폭포의 장쾌한 소리를 들으며


폭포를 보기위해서는 기점에서 오른편 골짜기를 따라 100m 정도를 더 들어가야 한다. 상류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계곡물을 따라 큼지막한 바위를 디디며 올라간다. 복호동폭포 기점에서는 조그마한 흰 물줄기만 보였으나, 점점 다가설수록 보이질 않던 폭포의 상단이 드러난다. 폭포의 정면에 다가서자 시원하게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가 일행을 맞는다. 복호동폭포(伏虎洞瀑布)는 그 모습이 엎드린 호랑이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20m 상단의 물줄기가 다섯 번에 걸쳐 바위 사이로 떨어지다가 마지막 바위에서 부채살로 그 물결이 퍼지며 장관을 이룬다. 복호동폭포 정면에서는 3단 폭포만 보이는데, 왼편으로 더 들어가서 바라보면 상단의 2단 폭포까지 보인다. 날씨가 가물은 탓에 수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수량이 풍부할 때 폭포의 규모는 가늠해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사진을 찍으며 잠시 바위에 앉아 복호동폭포를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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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무락골이라는 이름처럼 그 맑은 계곡의 소리와 풍경에 새들이 날아와 지저귄다.


목표지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다시 복호동폭포 기점으로 돌아와 길을 떠난다. 붉은색으로 물든 단풍이 등산로를 따라 줄지어 단풍터널을 이루고, 오후의 태양이 머리위에서 내려 형형색색의 단풍잎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10여분 정도 더 올라가니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단풍골짜기가 나타난다. 오늘 산행의 목표지점이다. 바위 한쪽에 배낭을 부려놓고, 널찍한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울긋불긋 물든 단풍잎 사이로 뵈는 맑은 가을하늘이 더 없이 청량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곡을 내려간다

조무락골 상류에서 간단한 점심을 마치고 짐을 챙겨 내려간다. 올라왔던 길 그대로 내려가는 왕복코스다. 방금 전에 올라왔던 길일지라도 다시 내려갈 때에는 풍경이 다르다. 아마도 해의 위치,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와 높이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상파의 아버지 클로드 모네는 풍경화를 그릴 때 한자리에 앉아서 시시각각 바뀌는 광원의 위치와 그에 따른 피사체의 색감을 연구하지 않았던가… 마치 모네가 된 양 주변 경관을 유심히 둘러보면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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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럼비아 대전점, 패션아일랜드 대전점의 직원, 그리고 고객 참가자들이 함께 단체사진을 찍는다.


계곡물을 마주쳤다가 헤어지기를 몇 번 반복하며 길을 걷는다. 잣나무가 산등성이 너머로 점차 많아지고 있다. 조무락골은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진 구간이기에 내려가는 발걸음은 다른 산행보다도 훨씬 가볍다. 나무 숲속을 벗어나자 비로소 석룡산과 화악산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석룡산과 화악산 자락이 만나며 생긴 조무락골. 그 빼어난 아름다움은 과연 이름값을 하는 계곡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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